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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로 권태로운 여름을 이겨내보자.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꽤 어른스러운 아이가 있다. 이 친구의 이름은 유지. 유지는 오랜만에 부모와 놀이공원에 놀러왔지만, 철없는 부모는 계속해서 싸우기만 한다. 평화로웠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유지는 그런 부모에게 화가 났다. 결국 유지는 싸움에 열중하는 부모를 뒤로 하고, 혼자서 놀이공원을 돌아다닌다. 그러다 유지는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골목에 들어서게 되는데, 갑자기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얘야, 젤리 먹을래?"
뒤를 돌아보니 낡은 직원 복장의 아저씨가 서 있었다. 무료 시식 중이라며 젤리를 쥐어준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와 아빠가 떨어지는 게 싫지? 그 젤리를 나눠 먹으면 부모님이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야."
괜히 기분이 나빠진 유지는 젤리를 구겨 쥐고 도망치듯이 뒤돌아 뛰었다. 하지만 돌아와보니 부모님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어른스러운 유지는 바로 미아보호소를 가서 부모를 기다렸다. 유지는 기다리던 중 자신보다 어린 '주아'라는 아이와 친해지게 된다. 이후 주아가 엄마와 만나고 유지는 이들 사이에 끼게 되는데, 너무나도 각별한 주아와 주아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유지는 질투심을 갖는다.
그래서 주아와 주아 엄마가 화장실로 간 사이, 유지는 주아가 마시던 음료수에 젤리 하나를 빠뜨린다. 그렇게 주아와 주아 엄마는 젤리가 들어간 음료수를 같이 마시게 되고, 이후 길을 걷던 중 갑자기 주아가 목을 움켜쥐며 바닥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주아의 입에서 투명한 분홍색 점액질이 울컥이며 흘러나온다. 주아와 주아 엄마는 어떻게 되는 걸까? 과연 유지만 젤리를 받았을까? 젤리는 불특정 다수에게 퍼지고 퍼지게 된다. 이 젤리는 도대체 뭐고, 그 젤리 장수는 도대체 누구일까?
사진 : Unsplash.com
오늘 리뷰할 책은 꿀잼 호러 스릴러 책이다. 바로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안전가옥에서 창작자로 활동하고 계시는 조예은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필자는 잠자기 전에 이 책을 펼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서야 잠이 들었다. 그 정도로 이 책은 중간에 끊기가 애매하다. 한 번 펼치면 끝까지 읽게 된다.
이 책은 줄거리를 보면 알다시피 '젤리'가 키포인트다. 어찌보면 평범한 소재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쉽게 유혹당하고 또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게 바로 젤리다. 그런 면에서 젤리는 달콤하면서도 잔혹하다. 칼이나 총이 전혀 나오지 않지만 왠지 무섭다. 단지 우리가 자주 먹는 그 젤리가 나왔을 뿐인데, 찐득찐득하고 찝찝한 그 느낌이 책을 덮고도 계속 남는다. 젤리는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파괴할까? 읽기 전에 한 번 상상해보길 추천한다. 예상했던 방식이 맞다면 더욱 재미있어지고, 예상과 다르다면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만큼 이 책은 전개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재미있다. 알고 보니 재미있는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을 출간한 안전가옥은 특이하게도 창작자와 스토리 PD 가 협업하는, '프로듀서 시스템’으로 이야기를 개발했다. 좀 더 창의적인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협업하는 시스템이다.
이 책도 처음에는 A4 8장짜리 단편소설이었다. 첫 에피소드와 마지막 에피소드가 붙어있는 형태였다. 아까 줄거리에 나온 '유지' 얘기가 첫 번째 에피소드인데, 장편소설로 만들면서 그 사이에 다양한 인물과 스토리를 추가했다. 작가님께서 지난 여름의 더위가 끔찍해서 쓰게 된 소설인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이렇게 장편소설로 나오게 됐다고.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또 다른 포인트는 젤리장수가 아니라 젤리를 받은 '인물들'이다. 관계가 좋지않은 부모님과의 단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은 어린 아이, 뉴서울파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알바생, 고시촌에서 만난 커플 등 각자 다양한 사연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이들은 각자만의 사정을 가진 채 뉴서울파크와 연결된다.
이 책은 온통 젤리범벅이 되어버린 뉴서울파크를 배경으로, 그 사건의 중심 혹은 주변에 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다뤘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 중에서는 젤리를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쓰는 사람도 있고, 혹은 짧은 순간이나마 행복해지기 위해서 쓰는 사람도 있다. 유지처럼 젤리를 누군가에게 악용하는 사람도 있다. 행복하고 싶지만 각자의 이유로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 그들에게 놀이공원은 욕망을 부풀리는 장소였다.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커져버린 사람들의 불행한 선택과, 그 선택이 가져오는 파괴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결국 유지와 같은 사람들이 젤리를 통해서 어떤 행동을 하는 지, 젤리로 인해서 자신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는 지가 이 책의 꿀잼 포인트다.
마지막 포인트는 책 디자인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 그리고 제목이다. 사실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일 지 전혀 감이 안 오는데,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일단 '대학살'이라는 단어가 읽고 싶게 만든다. 실제로 읽어 보면 전개를 예측할 수 없어서 계속 읽게 된다. 또 여기서 나오는 젤리는 내가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인물들의 삶을 파괴한다.
이 책은 표지마저 예쁘다. 시선이 자꾸만 가는 디자인이다. 눈에 끈적한 뭔가가 떨어지는 그림은 독자를 소름끼치게 하고, 흐물거리는 손과 보통의 손이 맞잡은 그림은 내용을 궁금하게 한다. 디자인이 신의 한 수다.
행복한 것 같은 테마파크, 그리고 그 속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들. <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나면서도 썩은 죽음의 냄새가 난다. 즐겁고 기쁜 순간들만 있을 거 같은 놀이공원에서 일어난 기괴한 사건이 궁금하다면, <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을 꼭 읽어보시길. 아, 대신 시원한 곳에서 읽는 걸 추천한다. 숨 막히는 여름의 더위를 생생하게 잘 살렸다.
*원고료 받지 않았습니다. 개인적 취향이 담긴 리뷰입니다.